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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자! 부부 세계여행/세계여행준비

[프롤로그] 코로나에 갇혀 블로그를 시작하다.

by Michelle킴 2020.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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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단어.. 세계 여행
호주로 이주 전부터 J와 함께 꿈꿔온 세계여행이라는 소망은.. 치열하고 바쁜 이민생활 덕에 년초의 다짐마냥 한 번씩 되뇌고 마는, 이루기 힘든 계획이 되어가고 있었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 신물이 나고, 육체적으로 늙어감을 실감하게 된 중년이 되어서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체력이 허락할때 떠나자! 돌아올 곳이 있는데 무얼 그리 겁내랴!’
J와 함께 굳은 각오를 다지며 일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여행 준비를 했다.

 

장기간의 여행을 계획하다보니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하~~ 세상에 완벽한 계획은 없다더니, 뜻하지 않은 역병에 발이 묶여 계획이 틀어지게 될 줄이야.

 

 

2020년 5월..J와 나는 현재 전 세계적 재앙이 되어버린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우즈베키스탄에 갇혀버린 신세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일주일여만에 듣게 된 국경 폐쇄와 항공기 운항 전면 금지 소식에 우리는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서 기약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하는 것도 없이 뒹굴뒹굴.. 숙소에서 게으름의 끝판을 보이던 중 든 생각!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는거지? 아까운 시간을 이리 흘려보낼 순 없잖아! 블로그를 하자! 그리고 다음 여행지로 힘차게 떠날 수 있도록 체력을 보강하자!’
여행을 한참전에 시작했는데, 타국에 고립된 지금에서야 실행에 옮길 생각을 하다니..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면서도, 이제라도 시작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J와 벼르고 벼르던 여행을 다녀온 후, 모든 사진을 저장한 외장 하드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때의 사진들을 몽땅 다 날린 적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 여행 만큼은 사진 저장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여행 루트와 경험들을 일기형식으로라도 기록해 놓으면 그것이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에 도움이 될것 같아서 이번에는 기록과 저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J는 사진 관리를, 나는 일정기록 및 블로그 작성을 목표로 했으나... 세계여행을 시작하자 마자 머릿속의 지우개는 이 계획들을 말끔히 지워놓았다.
여행지에서의 사진들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고, 블로그 작성 따위는 피곤함과 바쁜 여행 스케줄에 밀려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아~~ 블로그 해야 되는데.." "사진이랑 동영상 정리해야 되는데..."
하늘길이 막혀 호텔에서 빈둥거리면서도 말뿐인 계획이었다.

 

 

그러다 듣게 된 또 하나의 비보. 우즈베크 항공이 6월 30일까지 항공기 운항 계획이 없다고 못 박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말이 6월30일이지..코로나가 잡히지 않으면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모른다.)
그제야 뒤돌아보게 된 우리의 모습은.. 방구석에서 유튜브만 보며 하루 오백 보도 걷지 않아 불어난 탄력 없는 몸뚱이였다.
“M, 우리 여기서 이러다가 코로나로 죽는 게 아니라
무기력증과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죽는 거 아냐?" J가 심각하게 말했다.
“그래. 세상이 스톱해 있다고 우리까지 여기서 멈춘 채 지낸다면 나중에 밀려올 후회를 어떻게 감당하지?
어차피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면 뭐라도 남겨보자. 더 이상 미루지 말고!”

 

J와 함께 홈트레이닝을 시작한 지 일주일.
계정만 만들어 놨던 먼지 쌓인 티스토리에 들어가 게시판도 재단 장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 다짐하고 계획했던 것들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시작만으로 뭔가 산뜻해지고 에너지가 생기는 기분이다.
포스팅 하나 하는데 온종일 걸리고, 지웠다 썼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블로그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놓지 않고 해나가고 싶다.

 

 

여행 관련 포스팅이 마무리되면 그다음은 내가 살고 있는 호주에 관한 포스팅도 해보고 싶다.
너무 거창한 계획은 또다시 포기를 불러올 듯하여 매일매일 조금씩, 하늘길이 열리고 다음 목적지로 가게 되는 그날까지만이라도 놓지 않고 하게 된다면..
이것들은 그리 겁먹지 않아도 되는 습관으로 되어있지 않을까.

 

호기롭게 세계여행을 시작했지만, 어쩌면 우리에겐 전화위복의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일상처럼 느껴지고,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점점 지쳐가던 시점에, 이 위기 속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의 목적지만 보고 달려오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 내가 흘려버린 것들이 하나씩 눈에 띈다.
이제 그 조각들을 주워 담아서 이곳에 하나씩 꺼내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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